독일에서 처음 구급차를 부르던 날 (10.JUL.2022)
아내가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연간 한 번씩 응급실을 찾는다. 한국은 응급실을 가면 접수 후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독일은 그렇지가 않다. 접수는 보험 카드만 주면 가능한데 의사가 봐주기까지 최소 3-4시간 기다려야 한다. 응급실까지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죽을병이 아니라고 여기는가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. 마지막으로 응급실을 갔을 때 저녁 11시가 넘은 시간에 방문 후 접수, 약 4시간 기다린 후에서야 의사랑 상담하고 링거 꽂아줬다.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대에 귀가할 수 있었다(결국 난 4시간도 못 자고 출근했다..).
독일 건강보험사 홈페이지, 큰병원, Arztpraxis를 방문하면 병원 영업시간 외에 아프면 116 117번에 전화해서 도움을 받으라고 한다.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아플 경우에는 무조건 Rettungsdienst인 112번에 전화해야 하지만, 116 117번은 Ärztlicher Bereitschaftsdienst(ÄBD)라고 하여 Rettungsdienst인 112번보다 한 단계 아래인 응급의료 서비스이며 근처 응급실이나 소규모 도시의 경우 당직 의사를 소개 및 안내해주기도 하며 환자가 거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당직 의사를 집으로 파견하여 보내주기도 한다.
지난 일요일 자정이 다될 즈음 아내가 갑작스럽게 강도 높은 두통과 어지러움 증세, 속 쓰림 등을 호소하여 응급실에 가자고 했으나 거동이 힘들어 도움을 받기 위해 급한 대로 112에 전화했다. 연결은 매우 빨랐고 나의 집 주소, 이름을 말하고 아내의 상태를 설명했는데 이 정도 증상은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으니 116 117에 전화해 보란다. 알겠다고 하고 바로 전화를 끊고 116 117에 전화, 전화기에 우편번호를 포함한 이것저것 입력 후 직원과 연결되었고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 후 의사 파견 안내로 나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갑자기 끊어버렸다.. 나는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자동응답으로 넘어가더니 또 끊어지는 것이었다. 이러한 방식으로 전화를 되풀이 하기를 40분, 아내는 더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결국 나는 다시 112를 걸었다. 116 117에 전화를 걸고 기다리기를 40분이고 나의 아내는 이제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더니 그제야 당장 구급차를 보내주겠다고 한다. 그리고 5분 즈음되었을 때 구급차가 집 앞에 왔다. 응급요원 두 명이 와서 아내의 열 측정, 혈압 측정, 피검사 등을 하고 아내를 구급차에 태워 가까운 큰 병원으로 데려갔다. 보호자는 구급차에 함께 탈 수 없어 나는 따로 가야만 했다.. 아내의 말에 따르면 병원에서 머리와 관련된 여러 테스트를 했고 피검사를 위해 다량의 피를 뽑아갔다고 했다. 다행히 결과가 좋아 링거 2대를 맞고 잘 퇴원할 수 있었다.(좋은 경험이었는데 급박했던 상황이었는지라 사진 한 장 못 찍어서 조금 아쉽다..)
독일 의료계에서는 116 117 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했고 적극 홍보하지만, 지난 일요일 116 117을 경험해보니 대체 이 서비스에 무엇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의문이 들었고 너무도 화가났다. 다음날 ÄBD에 항의 메일을 썼지만, 당연히 답은 없었다. 칭찬에는 바로 답을 주겠지만, 욕먹을 때는 입에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.
**독일 긴급 신고 전화 소개 - 110경찰, 112소방, 116117응급의료
[독일생활] 독일 긴급 신고 전화 - 110경찰, 112소방, 116117응급의료
한국도 아닌 독일에서 집에 강도가 들었다거나 불이 났다거나 할 때 혹은 새벽에 너무 아플 때 어디로 전화를 걸면 좋을지 생각해 본 적 있다. 쉬운 것 같으면서도 막상 긴급 상황이 되면 정말
zita0427.tistory.com